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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표절의 정의가 2마디 이상 멜로디나 화성진행이 같을 경우라고 한다면 이 곡 같이 차용되고 변주되고 샘플링 된 곡은 없을 것이다. 물론 저작권자가 이미 수세기 전에 사망했으므로 소송이 진행되지는 않겠지만...^^
바로 캐논이다.
캐논변주곡은 원래 바로그시대에 파헬벨(Johann Pahelbel 1653-1706)이라는 작곡가가 만든 곡이다. 원제는 '세대의 바이올린과 바소 콘티누오를 위한 캐논과 지그'로 먼저 저음부가 조용히 베이스 주제를 연주하는데, 이것이 이하 28회나 반복되어 나가고 이 위에 세 개의 바이올린이 하나의 멜로디를 서로 흉내내고 서로 뒤쫓아가면서 캐논(돌림노래)을 전개해 나간다.
건축을 생각나게 하는 수학적인 기교로 구성되어 있으면서도 그 호소가 대단히 로맨틱하여 가장 인기 있는 바로크 명곡의 하나로 알려진 작품이다.
‘C-B-A-G-F-E-F-G’ 로 이루어진 아주 단순한 코드 진행이지만 어떤 평론가들은 ‘이보다 더 아름다운 화음은 나올 수 없다’고 극찬을 한다.
캐논은 수많은 연주자에 의해 변주되어 왔는데 그중에서도 뉴에이지 피아니스트인 조지윈스턴이 1982년 발표한 'DECEMBER' 앨범에 피아노곡으로 편곡한 'Variations on the canon by Pachelbel' 로 대중적으로 알려지게 되며 전대미문의 밀리언셀러를 기록하게 된다.
캐논의 주제는 샘플링되어 다른 곡을 탄생시키기도 하고 코드진행만으로도 훌륭한 곡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GOD의 대표곡인 ‘어머님께’, 윤도현의 ‘가을 우체국 앞에서’를 듣고 있노라면 자연스럽게 캐논의 코드 진행이 떠올려지고, 월드컵 응원가로 많이 사용되었던 Petshop Boys의 ‘Go West’도 거의 동일한 패턴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의 갱스터 랩 그룹 ‘Coolio’는 Bill & Humberto 오케스트라와의 멋진 협연 ‘C U when U get there’에서 클래식과 랩의 만남으로 우리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주었다.

영화나 드라마에도 많이 삽입되었는데 '엽기적인 그녀'에서 전지현이 '조지윈스턴의 캐논'을 연주하고 기도 했고, 뛰어난 영상미를 보여줬던 영화 '클래식'에서 손예진이 '파헬벨의 캐논'을 연주하였다. 신세기 에반게리온에서도 현악 4중두 캐논이 잠시 나오고 로버트 레드포드 주연의 가족 사이의 애증을 진지하게 추구한 1980년작 미국영화 ‘보통사람들’(Ordinary People)에도 삽입되었고, 스티브 마틴 주연의 ‘신부의 아버지’(Father of the Bride)의 결혼식 장면에도 나온다.
17세기에 만들어진 캐논이 20세기, 21세기를 거쳐 영화, 드라마, 음악, 핸드폰 벨소리, 광고 등에서 끊임없이 되살아나는 생명력은 경외감을 느끼게 한다. 혹시 살아있었다면 받게 될 저작권료가 얼마나 될까 하는 엉뚱한(?) 상상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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